도보여행

2010새만금방조제 걷기대회를 다녀와서 - 걷고걷고또걷고

성더기 2010. 10. 11. 18:30

2010. 10. 9(토)

 

군산시와 (재)대한걷기연맹에서 주관하는 새만금방조제걷기대회.

13km, 20km, 33km, 66km 네 가지 코스로 구분하여 시행되었다.

나길도 걸음쟁이들이 신청한 코스는 66km짜리.

출발지는 군산시 오식도동 삼거리 새만금방조제입구 편의시설지구 광장.

(66km코스는 대회본부 5km 전방인 내초공원 끝자락 쯤으로 추측된다.)

 

이번에 참가한 새만금방조제 걷기대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제를 설정해봤다.

 

*밤샘도보

자정에 출발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새벽부터 걸었으니 밤샘도보와 다를바 없다.

 

*동상이몽도보(입맛대로도보)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해야한다는 상황 때문에 모두 66km 코스에 도전했지만

각자 자신의 능력과 입맛에 따라 코스를 나누어 걸었다.

 

*울트라뺨침도보(수퍼울트라도보)

24시간 안에 100km를 걸어야하는 울트라도보(평균시속 4.17km)에 비해

(우리가 정한)13시간 안에 66km를 걸어야했기에 억지로 이름을 붙여봤다. (평균시속 5.08km)

주최측에서 제시한 시간은 15시간 안에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이었다.(평균시속 4.4km)

실제 걸린 시간은 꼴찌를 한 나를 기준으로할 때 11시간 40분이니 평균시속이 5.66km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각설하고,  내 걸음을 기준으로 시간별로 정리해보기로 하자.

 

10월9일 0시. 26명의 일행을 태운 버스는 광화문을 출발했다.(정확한 출발시간은 12시 20분)

 

새벽 3시 30분. 예약한 식당이 있는 군산 모처에 도착.  우거지해장국으로 아침식사. 아니, 새벽식사.

04:50. (대부분의 회원이 음식을 남겼다.)아침을 먹는둥 마는 둥 하고 출발지로 이동.

      밥힘으로 걸어야한다며 억지로 꾸겨넣듯 입에 밀어넣었다만....

 

 

05:35. 66km 출발지인 도착. 물과 간식(줄을 서도 못 산다는 군산명물 이성당 빵 두 개), 참가자명찰 수령.

 

 

(여기서부터 사진 들어갑니다.)

05:37  각자 배번을 등에 달고 출전채비를 갖추었다.

 

 

05:40~45. 아송님의 리드에 맞춰 준비운동. 손 가지고 한참 놀았죠.

 

 

 

05:45. 출발전 기념촬영.

 

 

 

06:05. (재)대한걷기연맹 회장이라는 분의 인삿말을 끝으로 간단한 출정식을 마치고 드디어 첫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어둠이 짙어 걸음이 편치 않다.

 

 

 

06:44. 40분 가량 뛰듯이 걷다보니 하늘 한쪽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렇담 해가 뜬다는 야근데......

 

 

 

아니나 다를까. 뒤를 돌아다 보니 구름 위로 아침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번씩 어김 없이 뜨는 해가 뭐가 그리 신기할까보냐만서두 생애 처음 군산에서 보는 해맞이를 기록에 남기려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댄다.

아, 이런! 12만원짜리 똑딱이 디카의 한계여......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사진 너 댓장 찍는 사이에 후미담당 마라톤님이 주목님과 함께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진짜 후미 맞아요?"  "예"        아니, 도대체 다들 뜀박질 대회에 출전한겨?

비응항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방조제 걷기가 시작되었다.

 

 

한무리의 후미그룹이 앞에 보인다. 까짓거 5분이면 따라잡겠지 뭐.

(5분 좋아하네.  걸어보니 알겠더라 지척이 한 시간 거리라는 것을..) 길 위엔 그려놓은 바다가 하나 가득이다.

 

 

 

바다에서 밤을 샌 고깃배들이 속도를 내어 항구로 돌아오는 시간에 우리는 바다를 향해 걸어나갔다.

 

 

 

07:52. 13km 코스의 반환점인 해넘이 휴게소 도착. 

         한 시간을 넘게 죽을동 살동 걸어서 처음 만난 사람이 <자연스레>님.

그러나 함께  걸은 것도 20분 남짓.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려는 자연스레님과 헤어져서 또 혼자가 되었다.

(걸을 땐 어차피 혼자일 수밖에 없고 혼자 걷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한다. 이 때야말로 진정 자기만의 시간이므로...)  

 

 

 

08:05. 7시부터 저만치 앞에 보이던 <주목>님과의 거리가 한 시간 동안 겨우 반쯤 줄어들은 것 같다.

 

 

 

08:21.  20km 코스 반환점인 돌고래쉼터 통과. 이쯤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다.  

 

 

 

08:28. 돌고래쉼터에서 길을 건너오는 <포에버>님 발견.  내걸음이 빠르겠지 싶어서 앞지르기를 할 때 사진 한 장 찍어야지 하고 걸었는데 도저히 앞지르기가 안된다.  이건 말이 안되는데?.....

 

 

 

자꾸만 간격이 벌어지길래 하는 수 없이 <포에버>님을 향해 "야호!~"    후후. 뒤돌아 본다. 작전 성공이닷.

 

 

 

08:39.  주목님과의 거리는 아직도 좁혀지지 않았다. 빤히 보이는 거리를 좁히는데 한 시간 반이 더 걸리다니!

 

 

 

주목님만의 걸음법. 주기적으로 팔을 높이 올려 어깨의 근육을 풀어주고 팔에 쏠린 피를 내려주는 모양이다.

 

푸른바다색을 한 이 길은 1~2공구 10m짜리 방조제이다.

방조제의 높이는 파도의 세기에 따라 세 가지 높이로 건설되었단다. 10m, 8.5m, 11m. 

 

 

소리를 질러 앞서가는 분들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하는데 성공. 그 새 <포에버>님은 <해피해피>님과 보조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다.

고군산군도가 앞에 있어 비교적 파도의 영향이 적은 이 곳(야미도-신시도) 방파제의 높이는 8.5m짜리라지?

내가 주목님께 "조금 천천히 걸으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주목님은 해피해피님이 자신의 페이스메이커라신다.

여기서 해피해피님을 놓치면 걸음을 포기할 것 같아서 쉬지 못하고 계속 걷는단다.

그 바람에 나도 쉬지 못하고 세 시간째 걷는다. 설마 한 번도 안 쉬고 반환점까지 걸을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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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도무지 쉬는 사람을 볼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비상도보모드'다. 걸으면서 물 마시고 걸으면서 간식 먹고 걸으면서 담배도 한 대.... 

난생 처음 '무휴식 줄창도보'의 진수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끝이 안보이도록 곧게 뻗은 방조제길은 때론 황토색이었다가 초록바다이기도 했다가 푸른바다가 되기도 했다.

 

 

09:22.

33km코스의 반환점을 앞두고 작은 고갯길 오르기. 방조제 우측도로를 걷다가 요기서 길을 건넜다.

초록바닷길이다. 색만 다를뿐 시멘트포장길이었지만 초록바닷길이라 생각하니 참고 걸을만 했다.  

 

 

 

신시공원 조형물.

 

 

 

포에버님과 보조를 같이 하여 30분 가량 걷는 동안 주목님과 해피해피님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믿기지 않는다. 시속 6km가 족히 넘을 듯 싶은 보속에도 불구하고 앞서 걷던 분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다니! 

 

 

10:53. <포에버>님과 반환점 도착예상시간을 12시로 정하고 부지런히 걷는데 저만치 누군가가 되돌아오고 있다. 왠일일까? 

하이고! 벌써 반환점을 찍고 날렵한 걸음으로 되돌아가는 <아송>님이었다.   언빌리버블버블버블버블.......

사진 한 장 찍어주려고 잠시 멈추길 요청했으나 손만 한 번 흔들어주고는 걸음을 계속하시더구만.   

 

 

반환점을 2등으로 돌아오신 분은 아마도 <다다(우소정)>님이었나 보다. 우리를 지나치며 건네주신 말씀은

섭섭하게도 "힘내라!"는 격려가 아니었고 "<아송>님이 점심밥도 안 먹고 반환점을 돌아 그냥 내뺐다"였다.  

 

 

11:20. 예상 보다 일찍 반환점에 도착했다. 믿기지 않지만 고맙다.

해피해피님과 수호천사님은 벌써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건너신다. 언빌리버블3. 이토록 잘 걸으시다니.

 

 

 

우쨌거나 우선 도시락부터 챙기고 인증샷 한 장 "찰칵!"

 

 

10분 늦게 도착한 중간그룹 책임자 지칸님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함께 출발하면서 인증샷 한 장. 

 

 

 

11:58. 반환점 앞 건널목에 방금 도착하신 나길도 유일의 선생 <당선생>님. 힘들어도 미소는 잃지 않으시네요.

 

 

 

지칸님과 교차하며 스치듯 잡은 손을 통해 격려 나누기.

 

 

 

12:00.   자, 남은 반을 향해 힘차게 전진 합시다. 출발~ !    어, 잠깐!

 

 

 

발바닥에 이상을 느낀 포에버님이 즉시 주저앉아 조치를 취한다. 바늘로 따고 약 바르고 반창고로 임시처방.

 

 

 

가력대교 갑문이 열려있다? 해수의 이동이 없는지 물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지칸><포에버>님의 걸음도 예사롭지 않다. 따라잡으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 혼자의 걸음을 즐기자구요.

 

 

13:40.  발바닥에 크게 물집이 잡힌 포에버님의 두 번째 응급조치.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던가?  

        그 덕에 요 틈에 끼어 출발 후 반환점을 돌아오는 동안 처음으로 길 위의 휴식을 취했다. 

        <와플>님의 먹포도, <남한산성>님의 호박과 송편, <지칸>님의 간식용 과일이 푸짐하다.

 

 

전열을 재정비하여 출발할 즈음 후발대인 더미팀 일행과 합류. 잠시 쉬는 틈에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33km코스 반환점인 신시공원 고갯마루에서 식수 공급. <포에버>님의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오전에 여길 지나며 "겨우 1/4 걸어왔네?" 했는데 "1/4 밖에 안남았네"라 생각하자 없던 힘이 다시 솟는다.

 

 

 

14:20. 내 걸음도 느려졌는지 뒤에 쳐졌던 <빈이>,<와플>,<남한산성>님과의 거리가 많이 좁혀졌다.

 

 

 

15:09. 드디어 역전. 시종일관 일정한 페이스로 걸으시던 <빈이>님이 앞서가기 시작한다.

    음료수가 든 비닐백을 손에 든 채 11시간 넘게 걸으면서도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해넘이 휴게소를 1km쯤 앞두고는 뛰어가셨죠? 잠깐 뛰시는가 했는데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뛰시더군요.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번 새만금방조제걷기에서도 걷기에 관한한 많은 고수님들을 알게되었습니다.

 

 

 

휘청휘청 걷고계신 <이든>님. 졸면서 걸으셨다죠?  '졸보투혼'을 발휘하신 <이든>님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16:13. 해넘이 휴게소(13km코스 반환점)통과. 남은 거리는 고작 6.5km.  "힘내자, 힘!"-스스로에게 외친다.

 

 

 

푸른바다와 황금들녘을 반으로 가르며 주행하는 한 쌍의 라이더가 보인다. 해그림자가 꽤 길다.

 

 

 

석양을 받으며 갈매기도 배도 걸음꾼도 모두 집으로 향해 가고 있을 시간. 

 

 

 

17:20. 드디어 비응항 홍등대 백등대를 지났다. 저 멀리 종착지를 알리는 천막이 보인다. 막판 스퍼트.

 

 

 

눈에 익은 사람이 길 건너편에서 손을 흔든다. 마중도보 나온 <디디>님. 그 따뜻한 마음씨 고맙습니다.

 

 

<아송>님과 <   >님이 손을 흔들어 꼴찌들의 마지막 걸음에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17:35. 많은 나길도 회원들의 격려와 박수를 받으며 골인지점 도착. 꼴찌도 할만 하네요. 

        (예정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서울로 출발할 수 있어서 친 박수였을까?  흐흐. 이놈의 심뽀....)

         66km를 11시간 30분(1시간 정도의 점심, 휴식시간 포함)에 주파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코스가 어찌되었든 서울에서 함께 떠났던 회원들이 저마다 목표했던 걸음을 완성했으리라 믿습니다.

8시간 여만에 66km를 주파한 <아송>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노익장을 과시하신 <다다(우소정)>님께도, 그리고 남자 못지 않은 스피드로 코스를 압도하신 <해피해피>님과

 <수호천사>님께도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늦게 걷느라 이분들의 걸음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쉽네요.

 

때로는 쏟아지는 졸음과 맞서 걷고, 때로는 부어오르고 온통 물집이 잡혀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머리끝까지 전해져오는 통증과 싸우며 끝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신 <이든>, <포에버>, <자연스레>님이

더 큰 박수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이분들 그룹에 낀 덕에 저도 골인지점에서 박수 많이 받았거든요. ^^

 

 

 현장에 있던  분들끼리 대충 기념촬영을 하고 저녁 먹으러 go!!!

 

 

 

마지막 한 명까지 챙기느라 애쓰신 <마라톤님>께도 박수 보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어린애 하나 배에 두르고도-본인의 표현-그렇게 씩씩하게 걸으셨으니 나길도 핵심멤버 자격이 있습니다.^^

 

 

보리밥이 나오는 칼국수 집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간단한 뒷풀이.  "건배!"

 

2010새만금걷기대회 종료.

19:00. 귀경길에 오름.

         버스전용차로의 위력을 실감하며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예상 보다 빠르게 서울에 도착했다.   

         다음번 길 위에서 뵙겠습니다.

 

자평: 출발 사흘 전부터 이틀간 실시했던 두 번의 연습도보가 이번 66km 줄창걷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일이든 사전준비가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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