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

오대산임도

성더기 2010. 10. 27. 18:00

2010. 10. 23(토)

 

모 걷기카페의 정기도보 프로그램에 편승하여 다녀오기.

(그들과의 동행은 이번이 마지막이될런지도....

 아니. 그리되진 말아야지. 누가, 그리고 왜 조용하게 살려는 사람을 이리도 흔들어대는 걸까?) 

 

 

거리:25.1km(오대산 내면분소-월정사) 

코스 개략도(퍼온 곳: 네이버지도)  


 
07:40. 양재역 출발. 이른 시간임에도 강원도로 향하는 모든 길에 차량이 넘쳐난다. 

12:20 홍천군 내면 명개리 오대산탐방지원센터 도착. 각자 알아서 준비운동하기.


 

곧 걸어갈 길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그런대로 가을기분 나는구만.


 

 

 

12:35. 주최측으로부터 간단한 안내를 들은 후 25.1km의 오대산임도 종주코스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단풍이 좋으리라던 당초의 예상이 빗나가 명개리 계곡은 늦가을 분위기다.  


 
 

13:00. 작은복대골과 조계골을 지나 30분 만에 명개교에 도착. 시속 5km가 넘는 속도로 걷는다.

          명개교 건너 임도에서 점심식사.

          대학동기를 우연히 만나 함께 하는 점심식사. 집에서 담근 복분자술로 건배.  


 


 

 

임도풍경 몇 개.

  

 


 

 

도로에 차량이 밀려서 걸음을 시작하는 명개리 오대산 내면분소에 도착한 시간이 예정 보다 두 시간이나 지연되었기에 팀을 둘로 나누기로 했다. 1진은 목표했던 월정사까지 갈 팀, 2진은 유유자적 걸어서 상원사주차장에서 버스를 탈 팀.

총 120 여명의 참가자 중에서 1진 30명에 끼어 걷기로 했다.

 

13:40. 1진과 2진, 두 팀으로 나뉘어 오후 걷기 시작.

          임도는 등산로와는 달리 넓고 완만해서 걷기에 수월해 보이다. 


 

늦가을 정취가 가득 스며있는 길 걷기. 


 

 

짙푸른 하늘엔 흰구름이 시시각각 그림을 그린다.


 
 

 

단풍절기인 요즈음 산에서는 넘쳐나는 등산객들 때문에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며 걸어야할 때가 많은데 인적이 뜸한 이곳 임도는 걸음을 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다했던가. 적은 수량이지만 폭포 같은 실개천도 자주 보인다.

 
 

 

늦깎이 쑥부쟁이가 길 한 켠에서 지나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14:50. 점심식사 후 1시간 10분 만에 4.5km(출발지점기준 7.6km)지점 통과.

이정표를 보니 비탈진 오르막길을 시속 4km 속력으로 걸었다. 

 

 

색깔 좋은 가을은 지나갔지만 산등성이에는 드문드문 늦가을색이 남아 있다.

 

 

 

 

15:30. 두로령 도착.  (출발지점으로부터 10.1km 지점) 내가 예상한 시간에 도착했다.

     월정사 도착 목표시간 6시 30분 유효. 점심을 먹고 나서 110분 동안 7.7km를 걸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걸음을 마쳐야하겠기에 풍경을 감상하며  넉넉하게 걷고 충분히 쉴 겨를이 없다.

두로령을 지나면서부터는 내리막길. 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상왕봉 갈림길을 지나며 대열의 꼴찌로 쳐지는 순간. 연세가 깊어 보이는데 발걸음이 가벼운 분에게 카메라앵글을 맞췄다. 

 

황안나님. 71세. 목에 건 카메라가 범상치 않게 보이지만 그저 걷는 게 좋아 이번 행사에 참가한 회원이려니 생각했다.

잠시 걸음을 나란히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보속을 맞추려니 내가 오히려 힘이 들 지경이다.

71세 할머니 맞아요?

인터넷에 떠도는 그의 이력을 나열할 생각은 없다. 본인이 직접 들려준 이야기만 적기로 하자.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몇 년 전 국토종단할 때 반대쪽에서 걸어올라온 길이다"였다.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돌려 황안나님을 바라 본다. 연전에 임진각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걸을 때도 일행 중에 혼자서 (2회에 나누어)국토를 종단했다는 환갑을 갓 지난 분을 만난 적이 있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안나는 세례명. 출판사에서 지명도가 있는 별명을 사용하자고 해서 저자명도 황안나를 쓰신단다.

국토종단을 끝낸 후에 황안나님이 쓰셨다는 책의 제목은 <내 나이가 어때서>다.

1940년생이니 (출생지:개성) 올해 우리나이로 일흔 하고도 한 살이시다. 할머니 맞다.

67세 되던 해에 강원도 고성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110일 동안 동해안, 남해안과 여러 섬, 서해안을 돌아 다시 고성땅까지 걸으셨단다. 우리땅을 크게 한바퀴 돌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앞서 국토종단을 했다는 말을 들을 때 보다 더 크게 놀란 것은 물론이고 갑자기 일종의 전율이 온몸에 느껴졌다. 어쩌면 내 인생 후반의 롤모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

걷는 중에는 20일 정도에 한 번씩 따님이 현지에 내려와 건강체크며 계절에 맞는 옷도 바꿔주었단다.

국토순례를 마치던 해에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800km도 다녀오셨다지. 

그렇게 한동안 황안나님과 나란히 걸을 수 있었음은 행운이었다.

 

 

16:03. 상원사주차장 3.5km지점 통과. 30분만에 3km를 걸었다. 내리막길이라 그런지 속도가 빠르다.

        두로령을 넘으니 제법 가을색이 남아 있는 길이 이어진다.

황안나님도 한걸음 하시는 분인지라 내가 사진을 두 어장 찍는 사이에 저만치 앞서서 내려가신다.


 
 

속도를 내어 다시 나란히 걷는 길.  "누군가 뒤에서 보면 부부가 걷는 줄 알겠어."

황안나님의 말씀을 듣고 돌아 보니 상의 하의 심지어 조끼까지 같은 색의 옷을 입었다. 관찰력 또한 날카로우시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을까요? 했더니 그러자며 흔쾌히 팔짱을 끼신다. (촛점이 맞지 않아 얼른 보면 오누이 같네요. 그쵸?)

 

 


 

 

안나님이 바라보는 오대산의 가을은 어떤 색일까?  그의 눈에 비친 가을을 들여다 본다.


 
  

 

 16:47. 상원사 주차장 도착. 여기서부터는 갑자기 가을이 머물러 있다. (예정시간 보다 10 여분 앞당겨 도착).


 
 

 

출발지인 내면분소까지는 16.3km. 12시 35분경에 출발했으니 점심밥 먹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4시간 남짓한 시간에 걸었나보다. 


 
 

 

상원사-월정사 구간은 제법 단풍이 아름다웠고 걷기에 좋은 황토흙길이 곱게 다져져 있어서 좋았다.


 
 

 

 

 

 

 

 

 

 

 

 

 

 

 


 
 

 

오대산 산장 입구에 걸린 간판 하나. 

 

 

 

오대산 산장. 예전의 건물이 아니고 친환경적으로 새로 지은 것 같다. 28년 전 겨울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는 온기라고는 전혀 없는 산장 마루바닥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에 오대산 비로봉에 올랐었지.

오대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 본다. 그 땐 옴청 젊었었구만. (1982년 2월)
                        

                        
    
잠깐 동안의 회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아직도 걸어야할 길이 멀다. 계곡에도 한껏 가을이 물들었다. 


 

 

월정사 전방 3.1km 지점에 있는 섭다리. 날이 어두워 플래시를 써서는 사진이 안찍힌다. (노플래시, 타이머 사용.)


 
 

 

오대산 월정사로 통하는 다리의 야경. 월정사가 언제 이렇게 요란스런 모습으로 변했을꼬?


 


 


18:30. 월정사 주차장 도착. 오대산임도 횡단도보를 끝내다.

         산에서는 어둠이 더 빨리 내려앉는다는 걸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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