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

바우길 걷기

성더기 2010. 8. 31. 23:22

2010. 8. 28(토)

 

1. 서론

나길도 8월 정기도보.

정기도보 사상 최다인원(180명)이 참가했고 네 대의 버스가 동원되었다.

1주일 내내 비가 내린데다가 신청마감시한인 목요일까지만 하더라도 행사 당일,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참가자의 수가 최대규모였던 것은 선자령과 대관령옛길이 주는 상징성도 한 몫 했으리라.

 

 

2. 촌평(또는, 자화자찬)

보나마나 시간이 지연되어 일정이 축소되거나 귀경시간이 늦어질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으나 운영진의 일사불란한 팀웤에 힘입어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고 예정시간 보다 불과 20 여분 늦게 서울에 도착한 건 그야말로 해외토픽감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평지길도 아닌 산길 26km의 거리가 어디 가벼운 걸음을 할 거리인가?    

나길도가 지닌 잠재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며 기억을 되살려 여기에 초라한 기록을 남기는 바이다.

 

 

3. 본론 : 도보길에 있었던 자질구레한 일들 돌아보기

 

 

05:58   아파트 작은 창을 통해 내다보는 아침이 화려하다. 왠지 예감이 좋다.

 

 

 

10:55.  지금은 일반국도로 바뀐 옛 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 광장으로 집결한다.

 

 

 

10>59.  붉은토끼풀의 환영을 받으며 선자령 입구로 이동.

 

 

 

통행이 뜸한 국사성황당 표지석 앞에서 대열을 정비한다.

 

 

 

걸음을 시작하기 전, 승차했던 버스별로 인원파악하기.  "4호차는 한 명 남아요"     돼지들의 소풍이었다면 한 마리가 부족했을텐데 사람이라 다르긴 다르다. 어쩌다가 '용82' 대장님을 두 번 세는 바람에 그만......

 

 

 

깃발맨 재린님께서 간단한 일정소개가 있었다.  "질문은 하지 마세요"- 길찾는데 신경 집중해야한다는 뜻이렷다?  

 

 

운영진의 소개에 이어 총대장 용팔이님의 인삿말이 뒤를 이었고

 

 

11:15.  드디어 선자령 정복과 대관령옛길 탐방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였다. (얼래! 희연이가 카메라 의식?)

 

 

 

선자령으로 향하는 길 초입의 넓은 공터를 가로질러

 

 

 

약간의 정체현상을 빚으며 한줄로 늘어서서 숲속으로 들어간다. 야호! 나길도가 간다. 길 비켜라.

 

 

 

그 좁고 걷기 불편한 비탈길에 한꺼번에 180명이 몰렸지만 나길도였기에 질서유지가 가능했으리라.

 

 

 

오매! 철조망 저쪽은 어디래야?  딴 세상 같구만. 입장료 내는 곳과 안 내는 곳의 차이?

 

 

그대들은 시멘트길을 걷지만 우린 푹신푹신한 산길을 걷는다우.

 

 

 

아마도 카메라를 들고 여길 지나치다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지 않은 분은 없으리라.

 

 

길은 요렇게 예쁘게 이어져 있다.

 

 

대열후미가 지나가고도 10여 분 후에야 나타난 ㅇㅂㄱㅇ님. 사진을 찍으면서 다른팀에 섞여 참 느긋하게 오시드만유.

 

 

 

갈림길. "이쪽으로!"  저만치에서 우리가 나타난 걸 확인하고서야 후미대장 만딩고님이 걸음을 옮기셨지.

 

 

 

일행과 떨어져 걷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이런 길을 느긋하게 걸을 수 있었기에 참는다 참어.

 

 

몸무게 만큼이나 무거운 카메라를 애지중지 들고서 걸음하는 ㅇㅂㄱㅇ.  걸음이 너무 느려서 잿빛겨울이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 덕에 앞사람 발뒤꿈치를 밟을까봐 조심하며 걸어야했을 길을 심호흡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걸었다.

 

 

눈높이를 한껏 낮추고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는 진지한 자세를 못봤더라면 느린 걸음을 마구 타박했을겨. 

 

 

 

 

 12:10. 기껏 대열의 꼬리를 잡았다했더니 휴식을 끝내고 출발하더군요.  엉덩이 붙일 짬도 없이 go!

 

 

길모퉁이에 잔대가 보이길래 사진 찍으며 다리 좀 쉬게 했다.  만딩고님이 나타나기 전에 얼른 뜨자구.

 

 

 

습지를 가로지를 땐 징검다리가 있어 신발을 적시지 않아도 되었다. 탱큐.

 

 

 

구름 속을 걸으며 안개가 주변을 휘감을 땐 들꽃 흐드러지게 핀 들판에서 숨 좀 돌리고요.  

(마타하리, 쑥부쟁이)

 

 

후미깃발이 안보이니 꼴찌는 아닌게벼.

 

 

 

대장님도 항상 후미대열에 계시다. 나 처럼 참가자들의 뒤통수만 보며 걸으시는 모양인데...

 

 

 

나홀로님이죠?

 

 

 

사진을 세로로 편집하니 다른 느낌이 든다.

 

 

 

나 보다 늦게 오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에구, 웬수!  ㅇㅂㄱㅇ 가 여전히 뒤로 쳐지셨구만.

 

 

 

12:53.  선자령 아래 넓은 공터에서 휴식. 일정을 변경하여 점심식사를 한단다. "신난다. 밥 먹읍시다."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도 공간이 보일 정도로 넓은 곳. 바람도 없으니 점심 먹기엔 최적의 장소다. 

 

 

 

다섯 팀 열 명의 식탁. "우와, 푸짐하다!" 나사랑님 팀의 웰빙식단이 최고의 별미였다. 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13:44. 예정시간을 30분 가량이나 훌쩍 넘겨 출발.

 

 

드넓은 숲길로 들어서며 요런 길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이 쪽 길이 아니라네요.

 

 

대열의 절반 이상이 잘못 들었던 길. 대장님의 장난끼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다녀오셨나요?" (-_-) 

 

 

 

다시 대열을 정비하여 출발. 1~2분 간의 짧은 알바. 남이 못 걸어 본 길을 갔다 왔으니 오히려 자랑감이다.

 

 

 

바람개비를 마스코트로 삼은 제비꽃2님.

 

 

선자령 정상을 3~4백m 앞두고 다시 좁은 산길로 들어서며 일시 정체.

 

 

 

14:10. 선자령 도착. 안개야 제발 잠깐 만이라도 걷혀주면 안되겠니? 바램도 헛되이 안개는 반응이 없다. 

 

 

 

 

 늦게 도착해서 단체사진을 못 찍었으니 우리끼리라도 기분 냅시다요. 자, 만세!!! 나홀로 만세하는 나홀로님.

 

 

 

"파리는 안개에 젖어", 아니 "선자령은 안개에 젖어"다

선자령 산신령은 한꺼번에 좋은 걸 몽땅 보여주진 않을 모양이다. 자연의 뜻에 따르는 게 바로 순리. 

 

 

 

경치는 꽝이지만 안개 속 초원을 걷는 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분위기 좋은 걸 워쩌.

 

 

가끔씩 안개가 엷어지며 풍력발전기의 웅장한 모습이 바로 눈 앞에 나타날 땐 탄성도 질러봤지.

 

 

 

안개 덮힌 전망대에서 마음의 눈으로 동해안 푸른바다 내려다 보기.

'09겨울정기도보 후 1년 반만에 만난 영마루님과 지칸님의 반가움 나누기.

"영마루님, 5월에 큰 수술(위) 받으셨다더니 건강한 모습 뵐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은지 모두들 선 채로 휴식을 취하다가 선두가 이미 출발했다는 후미의 독려를 받고는 

 

 

고마리 도열한 숲길을 따라 다시 걸음을 옮긴다.

 

 

 

선자령길 마지막 휴식. 엉덩이를 막 붙이려는데 어디선가 지옥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15:35. 바우1길 끝무렵. 국사성황당까지 내려가지 않고 반정(半程)을 향해 바우2길로 접어든다.

 

 

16:00.  대관령옛길이 시작되는 반정에 도착.  대관령 고갯길의 중간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인 모양이다.

 

 

 용파리 대장님을 비롯한 후미가 속속 도착하고 각자 신변정리와 간식을 먹으며 30분 정도 휴식.

 

 

샛노란색 울금 막걸리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대관령을 골짜기 감상하기

 

 

 

대관령옛길 표지판 너머로 산악 사이클 크로스컨트리에 도전한 한무리의 참가자들이 힘겹게 언덕을 오른다. 

 

 

 16:30 넓직하게 계단으로 꾸며놓은 옛길 입구를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이채롭다. 어매! 버스가 오전, 오후에 한 번씩 하루에 달랑 두 번? (09:45, 15:31) 

 

 

신변정리가 미처 끝나지 않은 잔류인원 때문에 만딩고님은 또 대기. 구급차 부른 사람~~~

 

 

 

아쉽게도 남은 길을 포기하고 귀경길에 오른 회원 세 분을 남겨두고 자리를 뜬다.

"모두 완주하세요"  응원하는 마음씨가 곱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아쉽네요.

 

 

새로 건설된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 일부. 사람은 편해졌지만 허리를 잘린 산은 또 얼마나 아파했을꼬!

 

 

 "희연아, 누구 깃발 가로챘니?"  "탱이님꺼요." 힘들다 않고 즐겁게 걷는 도보팀 막둥이 희연이가 자랑스럽다.

 

 

 

가파르고 좁은 옛길은 넓고 완만하게 곡선으로 재정비되어 걷기에 아주 편해졌다. 옛정취? 고건 없어졌구요.

 

 

작은 계곡 하나를 가로지르는 다리 부근에서 탁족하기. 지친 걸음을 충전하기에 딱이다.

 

 

 

17:40. 주막터 도착. 이미 선두는 자리를 뜬지 오래된 것 같다.

 

 

 

울타리를 대신한 맨드라미와 백일홍이 탐방객을 맞는다.

 

 

만딩고님이 보이는 걸 보니 후미가 막 도착했나보다

 

 

 

더위 먹은 벌레 한 마리도 메밀꽃 이파리에 앉아 휴식 중.  나 건들면 주~거!

 

 

계곡 완만, 바위 깨끗, 물 맑음.    해서, 하루종일 놀아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을 만큼 아늑해보인다.

 

 

 

 

18:07. ㅇㄴ가든 도착.

예약된 식당이라고 해봐야 갑자기 들이닥친 180명을 위한 음식 준비엔 속수무책. 발 빠른 사람은 묵 한 접시에 막걸리로 목이라도 축였지만 나머지는 멀뚱멀뚱 구경만 하거나 손가락 빨기.  비상식으로 요기할 수 밖에.

 

식당홀은 물론이고 바깥에도 앉을 자리가 없다.  흐느적거리며 천천히 걸은 게 죄지 뭐.

막걸리가 동이 났다는 주인아줌씨의 말에 낙담을 해서 돌아서는데 바깥자리에 앉았던 분이 선뜻 막걸리잔을 내민다. 고맙습니다.

아! 또 있다. 문닫은 아래쪽 가게 앞 야외식탁에 앉아 배낭에서 주섬주섬 과자 부스러기 꺼내는데 옆 테이블에 계시던 남자분께서 소주잔에 맑은 술을 따라서 권해주신다. 원샷. 우~. 한 입에 털어 넣었던 고량주 두 잔이 그렇게 맛있게 느껴진 것 처음입니다. 빈 속을 휘저은 후 위의 점막을 자극한 알코올기운이 뒤통수에 일격!

그런다음 표주박에 막걸리로 입가심. 황홀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에구구. 죄송합니다. 성함을 여쭙지 못했네요.

 

 

 

발빠른 분들은 그 와중에도 계곡물에 발 담그고 시원하게 땀을 식혔다.

 

 

18:40. 대열을 정비하고 마지막 1.5km 마무리 걸음을 시작한다.

 

 

장작 때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를 돌아드는 발걸음이 가볍다.

 

 

내가 꼴찐 줄 알았는데 저만치 뒤에, 그리고 저~기 언덕을 막 넘어오는 진짜 꼴찌들이 보인다.

 

 

 

19:00.  최종 목적지인 대관령 박물관 입구에 집결. 오늘 깃발을 드신 재린님의 일정종료 선언이 있었고

 

 

개별 참가하신 세 분(주목, 제비꽃2, 그리고....)의 소개가 끝나고

 

 

성공리에 도보를 끝낸 공을 몽땅 베어랑님을 비롯한 운영진에게 돌리셨죠. 우뢰와 같은 박수...(두 명 빼고^^) 

 

 

19:07.  집으로......   버스탑승은 올 때 매키로!

 

 

4. 글맺음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또한,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사족)길고 지루한 글인데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어내려오셨다면 그대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