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도보 13일쨋날
일자: 8월 6일
여정: 장목리-진해-부산(30km)
진해로 가는 배의 출항시간이 8시. 선착장까지의 거리는 고개 하나를 넘어 지름길로 4km.
(사실, 내가 가진 지도를 보건대 거리가 족히 7~8km는 됨직한데 미리 선착장까지 답사를 다녀온
대장님의 말로는 4km란다. 지름길이 있는 모양이다.
해서, 아침식사는 5시 50분. 출발은 6시 40분으로 잠정 결정되었다. 우린 해낼 수 있다.
밥먹는 건 힘들지 않다. 식사조가 걱정이다.
새벽 3시. 텐트 위로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선 널어 놓은 빨래를 둘둘 말아 텐트 속에 집어 던지고 텐트의 폴만 해체한 후 텐트를 들고 2층 홀로 밀어넣었따.
간밤에는 밤늦게까지 몰아치는 강풍 때문에 텐트가 날아갈까봐-옥상 시멘트 바닥에는 텐트고정용 팩을 박을 수 없었다-텐트에 누운 채 텐트를 붙잡고 있느라 잠을 설치다가 늦게야 깜빡 잠이 들었었다.
마음 따뜻한 두어 명의 남자대원은 자기 텐트를 처리하고 나서는 곧바로 장목중학교 운동장에서 야영하는 일단의 여자회원들을 챙기러 쏜살 같이 달려갔다. 베품과 배려를 몸소 실천한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05:38. 이미 배식이 시작되었다. 놀랍다.
길가 남의 집 키작은 담장 위에 식판을 올려 놓고 아침을 먹는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것 보다 낫다.
06:40. 예정된 시간에 일단 숙소를 나섰다.
06:45. 큰 길가에서 조별로 인원점검을 마치는 대로 구영선착장을 향해 출발했다.
06:50. 길을 따라 걸을 거라면 1018지방도를 타는 게 빠른 것 같은데 선두가 58번 지방도로 방향을 잡는다.
흠- 뭔가 있긴 있구나.
마음이 급한지 걸음이 빠른 건지 순식간에 고개 하나를 넘는다.
교회건물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멋지게 느껴진다. 대도시에 있는 돈 많이 들여 지은 일부 삐까번쩍한 교회가 약간의 거부감을 줄 때가 있더라만 작은 시골마을에 요렇게 단아한 멋을 풍기는 교회가 있다니 좋다.
관포교회 지나서 지름길로 빠지더니 임호마을회관 부근에서 다시 마을길로 접어든다. 올커니! 지도를 보니 58번 지방도를 따라 걷는 것 보다 3~4km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07:30. 선두그룹이 구영선착장 도착. 금방이라도 다시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 덕에 더운줄도 모르고 빨리들 걸었다.
07:36. 후미가 구영선착장에 도착함으로써 예정된 시간 안에 아침 일정을 소화해냈다. 우리팀 끝내 준다.
바닷가를 거닐며 뭔가를 줍는 여유까지?
07:46. 배를 기다리며 사진 한 장. "<꼬마정의>님, 예쁜짓! OK. 찍습니다.' "찰칵'
바람은 다소 불지만 내해(內海)는 파도 조차 거의 일지 않을 정도로 바다가 잔잔하다.
07:48. 우리를 진해로 실어나를 성우훼리가 들어온다. 뱃시간도 정확하다.
승객과 짐이 빠져나오길 기다려 승선.
이곳 저곳, 취향에 맞게 위치를 정하고 출항을 기다린다. 경치를 보며 가기 위해 갑판에도 자리를 잡았고
바다경치 여태껏 걸으며 실컷 구경했는데 거기서 거기지 뭐. 객실에도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08:03. 정시 출항. 후진을 해서 선착장을 빠져나온다. <이것뿐>,<조약돌>님, "누가 환송 나왔나요?"
"왜 나한테 시비유?"
저 것은 무슨 다리일까? 도로를 새로 닦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는 분 안 계신가요?)
08:10구영선착장을 출발할 때부터 갈매기 한마리가 배를 따라 5~6분 가량 날개짓을 계속하며 따라오다가
배가 해안에서 제법 멀어지자 방향을 돌려 돌아갔다. 우리를 환송나온 게 틀림없다. 탱규, 조나단리빙스턴.
쉬는 자리에 술 없으면 나길도가 아니다? 선상 술맛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사진과 tv화면으로만 보던 대형 화물선을 처음 눈으로 직접 봤는데 배가 크긴 크더군요.
부산신항만(북컨테이너부두)의 규모가 어마어마 하네요.
08:46. 안골동 성우훼리 선착장 도착. 빗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중도보를 대비한 복장으로 갈아입으며 진해-부산간 오늘 여정을 준비합니다.
08:55. 출발. <달래2>대장님을 선두로 하여 <축령산><달래><디디><아랑이>님.... 엇! 모두 1조네?
늘 그렇듯이 시작도 1조, 걷다 보면 꼴찌도 1조-<더기>때문.
09:39. 봐요. 맞죠? 걷기 시작 40 여분. 77번 국도로 올라설 무렵엔 어느새 많은 대원들이 1조를 앞서 갑니다.
<경로당>,<하늘사랑> 부부의 다정한 걸음걸이.
<경로당>님 심장수술 후 장기도보에 도전하여 끝까지 건강하게 걸으시던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요.
10:00. 용원택지지구 부근 삼거리에서 첫 번째 휴식. <디디>님 또 따로 앉았다. 그러고는 왕따놨다구?
10:20.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휴식시간이 평균 20분. 이제부터 부산광역시로 진입합니다.
비를 맞으며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핀 길을 따라 성고개를 올랐다가
비에 젖은 코스모스 고운 잎들을 보며 언덕을 내려갑니다.
성고개를 거의 다 내려올 무렵에 <섭이앤>님이 삶은 옥수수를 사서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안겨주셨죠. 늦게 오는 사람이 덕 볼 때가 다 있네요. <달래>님 표정관리 중. "꿀맛이죠? 저도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11:40. 긴급 물자 공급.
아침식사를 한 지 6시간이 지난 현재 모두들 허기를 느꼈지만 을숙도에 도착하기 전에 점심밥은 어림 없다(?)는 운영진의 통보를 받고 허탈해하던 일행은 팀대장<달래2>님과 총무<섭이앤>님이 기지를 발휘하여 비상간식지급을 결정하고 대원들의 충전을 위해 동분서주하셨다.
총무님이 산양삼거리 부근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오셔서 일일이 배급. 배낭 내려놓고 하시지...
11:55. 을숙도에서 기다리는 식사조와 영남방 회원들 때문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녹산제2교를 건너 동으로 동으로 마냥 행군.
멀리 김해비행장으로 착륙하는 공군수송기 한 대가 보인다. c-130인 것 같다. 25 년전, 그 곳에 근무할 때가 생각난다. 쫄병시절에 20kg이 넘는 장비를 어깨에 지고 그 넓은 활주로를 누비던....
사람 걸으라는 인도인지 가로수보호구역인지 헷갈리는 명지동 부근 낙동남로 인도. 차폭에 비해 인도의 폭이 턱 없이 좁다. 아무리 보행자가 드물기로서니...보행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외국의 예를 꼭 들먹여야 돼?
13:16. 무궁화가 가지런히 피어 있는 하구둑 산책로를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웃음 띤 얼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얼떨결에 "예, 안녕하세요?" 답을 하고는 목소리가 낯익다 싶어 돌아보았다. 그랬다.
나길도 영남방회원인 <토토>님-남해에도 오셨던-이 거꾸로 걸으며 힘을 불어넣어주시는 거다. 감사*100.
조금 걷다 보니 이번에는 저만치 멀리서 누군가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띤 채 서 계시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아이고'는 왜 붙여? I go-나는 간다? 나는 고씨다? )
영남방 회장이신 <솔바람>님이시다. 지름길을 안내하려고 일부러 나와계셨던 거지요? 고맙습니다.
돌고래 조각이 있는 호수를 지나 점심식사 장소인 을숙도공원에 들어섰다.
오전 도보 끝.
13-2에서 부산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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