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2009년 11월 28일(토)
*곳: 해산령쉼터-임도-비수구미 마을-평화의 댐
*거리: 대충 20km 남짓
*모양새:도보여행
*패거리: 나길도 회원 98명.(나길도 - '나를 찾아 길떠나는 도보여행'의 줄임말.)
*참가의 변:
지난 1월 겨울장기도보가 떠올랐다. 임진각을 출발한지 일주일째던가? "이게 무슨 쌩고생이람" 길떠난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여름날 혓바닥 내밀고 숨 몰아쉬는 견공들 처럼 헐떡거리며 걸어서 올랐던 그 해산령 고갯길을 이번 정기도보 때 간단다. 당근 가야쥐~. 게다가 오지마을 여행지목록에 이름을 올려두었던 비스므리, 아니, 비수꾸리, 아니, 이것도 아니지, 비수구미 마을엘 들른다지 않는가?
자기합리화에 성공하자마자 참가신청하고 맘 변하기 전에 그 자리에서 송금. 그리고는 아주 중요한 선약이 있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수 많은 팬(?)들의 출연요청을 거절하고 28일을 비워두었었다.
(말을 길게 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데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어두자.)
코스 개략도(50000:1 지도)
* 사진으로 보는 정기도보 여정
07:28. 오늘 일정을 담당한 운영자께서 버스출입문에 좌석표를 붙여 놓고 출석체크.
화천 읍내를 조금 지난 강변의 아침풍경. 주유소에 들러 연료도 넣고 신변정리하기.
강 가운데로 화살표 모양의 부표가 띄워져 있다. 무슨 용도일까?
아침안개가 옅게 끼어서 그런지 강물에 비친 산그림자 또한 흐리다.
해산령터널. 길이가 1km가 넘는다. 건설 당시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이었던 것 같다.
해산령쉼터부터 평화의 댐까지는 내리막길이다.
"평화의 댐까지 아흔아홉구빗길"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저 길 걸어봤어요? 안 걸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지난 겨울, 휴전선 부근을 따라 임진각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걸었다는 사실이 뿌듯하게 다가온다.
오늘 진행을 맡은 베어랑님의 일정브리핑이 있었고.
10:40. 무단 입산, 산나물 채취, 등산 등을 하면 벌금이 뭐 어쩐다는 현수막을 못 본 척하고 임도로 내려선다.
에그머니! 간밤에 기온이 낮았나보다. 임도 일부분이 빙판이다. 걷기 초장부터 겁주느만.
지난 여름 비 피해를 입었는지 내리막길 임도는 돌투성이 패인 곳 투성이어서 걷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구름모자 쓴 산할아버지'를 등에 지고 걷는 길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10:30. 작은 계곡 하나를 건너면서 선두가 멈췄다. 대열의 길이를 줄이기 위함인 모양이다. 겨울도보의 특징은 길바닥에 선 채로 쉬기?
10:37.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다시 출발. 늦게 도착한 사람은 쉴 자격이 없는 거죠?
골짜기 하나를 건너고 나서야 비로소 걷기 좋을 정도로 임도가 임도다워졌다.
공해의 요인이 전혀 없고 사람의 발길 또한 뜸한 계곡은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계곡물을 그냥 떠마셔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2:00. 너른 암반이 있는 계곡에서 조금 이른 점심식사.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식사모드 돌입. 소문에는 호텔뷔페에 버금가는 다양한 메뉴가 등장했다는데...
모두들 둥그렇게 둘러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했겠지만 본인이 원했든 어쩔 수 없었든 간에 무리와 떨어져 혼자 점심을 들고계신 분이 있다. "나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나도 초짜회원이지만 이런 상황은 아니었음에.....
13:00. 한시간 동안의 점심시간을 끝내고 주변을 정리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머문 자리가 아름답다." 고속도로 화장실에 붙은 권유문이 냐구? 천만에. 이 카페의 여행지침이다.
13:19. 비수구미 마을 도착. 운영자께서 마을 현황에 대해 짧게 들려준다.
비수구미 마을에는 달랑 세 가구가 산단다. 집터가 넓다. 좁은 땅바닥에 다닥다닥 붙여 지어진 새장 같은 아파트에서 팍팍하게 사는 서울사람들 보다 땅 넓게 쓰면서 사는구만요.
13:19. 고갯마루를 돌아들기 전에 비수구미 마을 내려다 보기.
이 마을에선 바퀴달린 차가 무용지물. 보트가 대세다. 집집마다 보트가 있는 걸로 봐선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 것 같다. 집 앞에 보트가 없으면 출타중이란 뜻이겠지?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카메라로 찍어 보기.
윗사진은 시중에 판매되는 카메라 중에서 가장 싼 놈(삼성ES-10, 850만화소 중 300만 화소 사용)으로 찍은 거고 아랫사진은 니콘쿨픽스5700(500만 화소 중 300만 사용. 2003년 제품)으로 찍은 거다. 가격은 10배 차이가 나지만 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품질은 그게 그거.
길 옆 한귀퉁이에 채 떨구지 못한 빨간색 잎 몇 개가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지나는 이의 눈길을 끈다.
13:42. 파로호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또 선채로 휴식 취하기.
13:46. 아니나다를까? 후미가(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선두는 벌써 저만치 내빼고 있다. 미워~~~!
14:25. 호숫가를 따라 걷는 길의 중간쯤을 통과한다. 여행철에는 손님이 제법 찾아오는 모양이다.
14:43. 폐교 입구에서 또 선채로 휴식. 아무래도 겨울도보의 휴식모드는 스탠딩시츄에이션인갑다.
이끼낀 돌계단 저 위에 폐교가 있다는데 중간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왔다. 처녀귀신이 같이 살자고 붙잡으면 워쩌~.
14:47. "출발합시다!"라는 소리가 들리길래 고개를 돌려 보니 선두는 이미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14:56. 오늘 여정의 반환점이 보인다. 길은 계속 이어져있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여기서 끝.
지도를 찾아 보니 사야소라는 지명이 붙어 있는 곳인데......
우리를 평화의 댐으로 실어나를 유람선이 대기하고 있다. 30 여분 운행에 60만원? 요거-\- 짭짤하겠다...
때마침 저녁밥 짓느라 불을 피웠는지 초겨울 산속마을 풍경을 연출한 선착장 주변 민가. 뒷뜰엔 장독대가 엄청 많던데 늦었다고 버리고 떠날까봐서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배에 올랐다.
15:05. 선착장을 출발하여 파라호 끝자락 새끼호수 물길을 따라 평화의 댐으로 향한다.
언덕 위에 하얀집 짓고 한 백년 살고파라... 아니올시다. 여기에서 사는 건 싫고 한 이틀 푹 쉬다 가라면 그리하겠습니다. 매어둔 보트가 두 척인 걸 보니 손님이 왔거나 가족마다 자가용이 따로 따로?
목적지 도착무렵의 풍경. 멀리 평화의 종이 있는 공원(Bell Park) 이 보인다.
13:40. 평화의 댐 선착장 도착. 예상 보다 배를 오래 탔다.
우리를 실어다 준 배는 벌써 저~기 한 점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토요일인데도 찾는 이 별로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평화의 종이 있는 '종 공원'에서 비목공원과 평화의댐 주차장에 가려면 이 터널을 지나야 한다. 곧바로 댐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좋으련만 예상 보다 거리가 제법 멀다.
세계평화의 종.
뜬금 없이 서울 한복판에 세우지 않은 게 다행이긴 한데 금강산댐의 방어댐으로 지어진 평화의 댐에서 세계평화까지 들먹여야하는 건지.... 금강산댐이 불의의 사고로 무너지면 서울이 물바다가 되고 서울이 물바다가 되면 (동아시아의 평화에 금이 가고 금간 곳으로 또 물이 새서) 서해로 흘러간 물 때문에 태평양이 넘치고 그러면 세계평화가 위협을 받고 뭐 이런거... (나비효과라는게 뭐 별거겠어?)
아! 오늘 내가 꽤 힘들게 걸었나보다. 별 것 아닌 일에 태클이라니!...
운 좋게도 세계평화의 종을 울릴 기회를 얻었다. 그래, 세계평화를 위해서 크게 한 번 울려보자구.
타종을 도와주는 근무자께서 조금 길게 사족을 단다.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승진, 합격, 그리고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과...(중략)... 결혼 안 하신분은 꼭 결혼하시고..." 왠만한 소원은 다 나온 것 같다. 이름 바꾸자.
세.빙.소.종. -세계평화를 빙자하여 만병통치 무병장수 인생성공을 위한 소원빌기용 종.
기원이 끝날 때까지 제법 긴 시간-그래봤자 1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하나, 두울, 세엣
"콰앙! ~~~~~~"
우찌되었든 종 쳐본 것도 태어나서 처음. 정기도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에서 기분 좋다.
16:30. 약속된 출발시간에 탑승을 위해 속속 모여든다. 자, 갑시다.
20:40. 양재역 부근 화로구이집에서 가진 뒷풀이. 오늘 일정을 책임지셨던 분의 건배제의에 맞춰서
"위하여!"
멋진 일정을 준비하고 이끌어주신 카페 운영진께 감사드립니다.
비수구미 탐방기 끝.
'도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겨울도보(1) 부산 -임랑 (0) | 2010.01.21 |
---|---|
동해안 해안선따라 우리땅 종단도보 (0) | 2010.01.18 |
왕방산 임도 걷기(2) (0) | 2009.10.28 |
왕방산 임도 걷기(1) (0) | 2009.10.27 |
한강변 따라 밤샘도보 (0) | 2009.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