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리-홍유마을회관)
12:36. 삼봉리 마을길을 벗어나서 다시 77번 국도에 올라섰다. 곧바로 언덕길이 나온다.
한시간 전부터 내리던 비는 오다 말다를 반복하며 비옷을 벗었다 입었다 성가시게 하는구나.
고개를 넘었습니다. 이 고개가 끝인줄 알았는데 고개 하나를 또 넘더군요.
<디디>님이 꼴찌인 줄 았았는데 더 뒤에 <나풀나풀>님이? ...
우리팀의 막내둥이 진우군의 발걸음이 젊은이들의 걸음 못지 않게 씩씩합니다.
삼산면사무소 부근 국도 상에 있는 정자에서 점심식사.(너무 늦게 도착해서 배식장면을 못 찍었습니다.)
오늘 귀환하시는 <뚝배기>님의 작별인사.
인사 뒷부분에는 도보팀에 대한 신의 가호를 빌어주셨죠.
비상사태 - 장기도보 열흘 만에 처음으로 밥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밥을 남겨서 다음 식사조에 넘기지 말자는 2조 대원들의 고운 마음씨가 그만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워야하는 불상사로 이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염치 없이 막 먹어대서 죄송합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죽자고 따뜻한 밥 해 먹이고 우린 컵라면이라니....
점심식사가 끝난 대원들은 이모양 저모양으로 휴식을 취합니다. 집안일 때문에 그저께 도보 중 급히 상경했던 <축령산>님이 이틀 만인 오늘 점심시간에 다시 도보팀과 합류했습니다. welcome!
디저트를 들며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장시간 햇볕에 노출된 얼굴 단속도 합니다.
(더 많은 사진은 별도 게시판에...)
새로 식사조의 임무를 부여 받은 3조 조원들은 작전구상에 여념이 없으시네요.
14:26. 한낮의 더위를 피해 점심시간을 길게 가진 후 가뿐해진 몸으로 오후 일정을 시작합니다.
14:40. 출발하자마자 언덕길을 오르자니 숨이 쉽게 차오릅니다.
고개 하나를 넘으니 다시 바다가 보인다.
모퉁이를 하나씩 돌 때마다 나타나는 남해안의 멋진 풍경. 보너스를 받는 기분입니다.
간단한 퍼포먼스 하나.
새마을취로사업-요즘은 '희망근로'라 하데요?-을 나온 시골 아주머니들이 길 가에 한 줄로 앉아 쉬고 있습니다. 지나는 나길도 대원들에게 반갑게 인삿말을 건네더군요.
<데이지>님이 발걸음을 멈추고 뭐라 뭐라 말을 건네더니
그 중 한 분이 일어나서 <데이지>님을 따라 가는 겁니다. 저~기 사진 오른쪽에 보이죠?
알고 보니 아주머니들 틈에 끼어 앉아 대화를 나누던 <신김치>님이었습니다.
15:11. 병산교를 건넙니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길 가면서 먹으라며 후미대장<만딩고>님께 옥수수가 든 봉지를 건넵니다.
병산교 앞 바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할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 나이 84세인 안두이 할머니. 허리가 아파 일을 조금만 하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오후 세 시가 넘었는데 일찍이라뇨. 다른 사람들은 이 더위에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후미를 쫓아갑니다. 잠깐 머물렀는데 후미는 벌써...
15:17. 오르막길 중간 쯤에 있는 [병산동산]에서 휴식.
병산공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고갯마루에는 솔잎동산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공원이 또 있었습니다.
15:48. 다리가 몹시 아프다며 엄마가 보고 싶어 울먹이는 진우군. <진사마>님이 말동무를 해주며 저만치 뒤어서 오고 있습니다. 힘든 표정 감추고 카메라를 향해 밝게 손을 흔드는 진우군이 대견합니다.
고갯길을 내려와 목백일홍(베롱나무) 흐드러지게 핀 도로를 따라 행군은 계속됩니다.
직선도로로 막 들어서는 후미대장<만딩고>님
배롱나무 가로수, 푸른 들판, 매바위산(225m)이 어울어져 멋진 풍경화를 만듭니다.
15:23. 대들교 부근 노루목에서 휴식.
<마라톤>님의 손에는 어김없이 막걸리 병이 들려 있습니다. 1년치 막걸리를 장기도보에서 다 먹네.
식사조의 표정이 심각합니다. 차량 운행이 늦어지면서 저녁식사 준비에 대한 걱정이 앞선 때문입니다.
16:57. 평상에 앉아 화투를 치며 더위를 식히던 남포리 마을주민들이 혀를 끌끌 찹니다.
"억쑤로 더분데 우짤라꼬 이리 걷능가 몰겄네."
17:00 남포리 부근 해안에 코스모스밭이 있습니다. 그늘막 지붕만 덩그러니 있는 곳.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쳐? 사진 찍어달라고 먼저 자리를 잡고 뒤에 오는 저를 부릅니다. O.K.!
먼길을 걷느라 힘은 들어도 이리도 밝고 고운 미소를 띨 수 있는 나길도 대원들이 꽃 보다 아름답습니다.
17:06. 고성군 고성읍 수남리 해안도로를 걷는 도보팀 후미.
일미횟집과 쉼터가 있는 코너를 도는 대원들의 모습이 물에 비칩니다.
17:16. 해안도로 길모퉁이를 돌다가 바다쪽으로 불쑥 나온 곳에 조성된 이름 모를 공원에서 잠시 머물기.
17:24. 10분 휴식 끝. 출발.
잠시 머물런던 공원의 뒷모습. 고성군 해안가의 지형은 모두 비슷합니다.
17:25. 지름길이 있는 줄 알지만 예정된 길을 가자는 선두와 지름길로 가자는 후미의 주장이 부딪친 현장.
결국 선두는 가던 길을 계속 진행했고.
17:56. 부근 팔각정에서 쉬고 계시던 할아버지들이 가르쳐준 지름길을 고집하다가 끝내 선두와 다른 길을 간
후미의 몹쓸 인간들이 월평삼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
그 몹쓸 인간들이 잘 되면 안되는데 세상은 가끔 불공평할 때도 있나봅니다.
18:12. 몹쓸 후미가 먼저 홍유마을회관에 도착. 오늘부터 일정을 함께하는 <섭이>님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섭이앤>님, 일부러 느긋한 걸음걸이로 들어오시는 거 아녜요? 보고싶었다고 얼른 달려가 안아주세요."
19:03. 다른 길로 갔던 대원들이 모두 숙소에 도착하길 기다렸다가 저녁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종류 불문하고 잘만 엎어놓으면 모든 게 훌륭한 식탁이 됩니다.
물이 말라 버린 개천 옆 길바닥이 우리의 식탁이고 땅바닥이 의자.
시간에 쫓겨 황급하게 준비했다는 저녁메뉴. 저희에겐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카레, 떡라면, 만두...
남자들의 숙소로 지정된 마을회관 2층 홀. 애초에 숙소로 정했던 매수리 마을회관 보다 훨씬 시설이 좋다고는 하나 60명이 넘는 인원에 턱 없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장기도보 10일째 일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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