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여름장기도보(12-2)
(중곡초등학교 -> 장목리 구간)
11:36. 거제중앙고를 지나 수월교를 건너고 다시 국도를 벗어나 아파트 단지로 통하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때마침 외가리 한 마리가 비상을 합니다.
흰구름 벗어나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가 싶더니
금새 아주 멀리 날아 올라 활공을 하더군요. 우리의 거제도 방문을 환영하는 축하비행이었을까요?
진우군이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장면이 모처럼 눈에 띄였습니다. 허리통증에도 불구하고 걷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라>님께 응원을 보냅니다. 어린 진우군의 끈기 또한 훈장감이죠.
거제 중앙초교 앞 양정교 부근 개천에 버려진 자전거. (혹시, 작품-설치미술? ^^)
연초교 위에서 대열의 후미 돌아 보기.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국도 보다 연초천변 걷기가 참 좋았습니다.
앞서 가던 <꼬마정의>님이 재미있다며 바라보던 상가 건물 1층에 있는 유치원. (연초보건소 부근이라 기억된다.)
신기하다거나 무슨 기삿거리는 아니지만 배고픔을 참고 죽토로를 '죽도록' 걷는 도중에 기분전환이 되었다.
(길 가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정면사진을 찍을 수 없었음.)
사진을 하나씩 떼어서 편집해 보니 요렇다.
12:28. 점심 먹을 장소로 예정했던 연초초교를 한참 전에 지난 것 같은데 계속 걷는다.
남씨정렬각.
먼 길 가는 사람들에게 지방의 작은 정렬각 하나를 본 것이 무슨 큰 의미야 있겠냐마는 2주간 길바닥을 헤매면서도 우리 것을 제대로 본 게 없다는 생각에 길을 가며 눈에 띈 걸 모르 체할 수 없어 하나 올려 본다.
*정렬각- 효부나 열녀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고종이 명을 내려 전국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내용)임란공신 칠원 윤씨의 10세 손 윤영희의 비(배?) 의춘 남씨의 열행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배 안 고프니?" "배고파." "언제 밥 먹지?" "모르지 뭐." 이런 얘길 나누며 걷지는 않았겠지.....
죽전마을 입구 대금산주유소 건너편에 도우미차량이 보인다. 점심 먹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은 모양이다.
'예원'이라는 돌간판이 있는 걸 보니 언덕 안쪽으로 음식점이라도 있는 모양인데...
언덕길을 제법 많이 올라간다? 태양열로 달아 오른 아스팔트길 대신 요런 길만 걸으면 참 좋겠다.
배식준비를 하는 동안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12:45.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점심식사. 식사조에게 고맙다는 인삿말 빼놓지 맙시다.
이모양 저모양으로 쉬고 있는 중에 아줌마선녀 한 분이 살포시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어데서 오셨어예?" 였던가?
언덕길 입구 그늘에서 점심식사를 끝낸 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 지역 희망근로자들 중 한 분이다.
(위에 올린 사진 속 인물 중에서 <섭이앤>님과 옷색깔이 똑같네요?)
<가범귀소지맘>님-외우기 어렵네요. 다음 블로그명은 '빨강머리앤'. 이 지역 토박이 아줌마다.
바로 위에 소개한 남씨정렬각 바로 옆이 친정이라던가?
걷기동호회 나길도 회원들이며 진도에서 부산까지 도보로 국토순례를 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더니 본인체질에 맞는다면서 겨울장기도보 때는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은 참가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음.)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엄청난 파워블로거시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리를 건너 죽전마을길로 들어선 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의 뒷모습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우리의 '씩씩한'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주셨다.
고맙습니다.
5형제의 다둥이 남매를 거느리고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며 사는 씩씩한 거제아줌마 "만세!".
그 분이 기록해 두신 우리들의 뒷모습을 구경하세요.- http://blog.daum.net/ms1959/17950660
우리가 찍은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제3자가 '예쁘게 봐준' 우리의 모습입니다.
14:13. 국도를 따라 걷지 않고 죽전2교를 건너 죽전마을길로 들어섭니다.
햇볕이 따갑지만 차가 다니지 않는 소로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황톳길이었더라면 더 좋았을까요?
11번 군도를 걷노라니 연초댐을 지납니다. 이곳에 이런 댐과 호수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에고 무서버! 하필이면 머리쪽이 차바퀴에 눌려 죽은 뱀사체가 길바닥을 가로막고 있네요.
15:09. 출발한지 한 시간. 거제민속박물관 300m 전방, 산그늘 드리운 곳에서 점심 후 첫 번째 휴식.
율천리 넘어가는 고갯길에는 예쁘게 굽어진 임도도 보입니다. 저길을 걷고 싶다.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다굽쇼?
15:57. 율천리에서 두 번째 휴식. 수박화채가 공급되었다.
길 건너편에 있던 몇 명의 1조 악당들이 밉지만 수박화채를 듬뿍 날라다 주신 <아랑이>님께 감사드립니다.
<꼬마정의>님이 보여주는 '수박화채 실감나게 먹기 퍼포먼스'.
14:20.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 앞으로는 휴식 없음!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석장승-돌로 만든 장승-은 처음 봤네요.
16:24. 율북리 고갯길을 오르는 도중에 얼핏 바다가 보입니다. 내일은 저 바다를 건너 진해로 가겠죠?
바다 건너에 보이는 섬은 가덕도인 것 같습니다.
고갯마루가 제법 가파르네요. 오후 여정에서 두 번째 고개입니다. 여길 넘어가면 장목이죠.
장목면소재지가 있는 장목리가 내려다 보입니다. 이젠 이런 평화스런 마을풍경에 익숙해졌습니다.
16:56. 오늘 목적지인 장목마을회관 도착.(장목우체국 바로 옆 건물) 저 안쪽으로 장목중학교가 보인다.
어차피 숙소는 모자라게 마련. 텐트족들은 옥상에 텐트를 치고 건물 뒷켠에서 가슴께 밖에 오지 않는 담 옆에서 벗은 몸을 동네방네 다 보여주며 겨우겨우 샤워를 했습니다.
총대장<용파리>님의 코스 연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내일 여정에 대한 코스 파악 중.
18:00. 장목중학교 교장선생님이 숙소를 찾아와 <용파리>, <달래2> 두 대장님과 인사를 나누다.
부족한 숙영공간 마련을 위해 장목중학교 교장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였는바 약속시간인 오후 6시 정각에 김행복 교장선생님께서 몸소 저희들의 숙소를 찾아오셨다. 이 지역 출신이며 예비역 장교의 기품과 학자(문학박사)로서의 인품을 함께 지닌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흔쾌히 학교운동장과 화장실 사용을 허락해주신 후 식사라도 함께 나누자는 제의에 대해 선약이 있다시며 발걸음을 옮기셨다. "교장선생님, 고맙습니다."
아울러 장목중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19:22. 마을회관 옥상에서 보는 저녁 풍경.
19:25. 마지막 조장회의-희망사항. 남은 이틀 간의 여정과 조별 단합대회 지원금 지급 등이 논의되었다.
오늘이 음력 보름. 엷은 구름이 하늘을 가린 때문에 둥그런 보름달 구경을 못했다.
장목중학교 교문 부근에 우리팀의 텐트 몇 동과 벤치에 앉아 밤을 밝히는 몇몇 대원이 보인다.
도보살림을 책임지신 <섭이앤>님께서 대원들의 그간의 수고에 보답하는 뜻에서 그동안 아껴쓰고 절약해오던 운영비의 일부를 조별 단합대회 기금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고 조장회의에서 기쁜 마음으로 동의하여 저녁 8시부터 조별로 특색 있는 단합대회를 가졌다. ('미운오리시끼조'인 1조는 조장이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단합대회를 훗날로 미뤘다고합니다.)
바람이 몹시 불어 옥상에 설치한 텐트가 마구 뒤틀리고 뒤집어지기까지 한다. 내일 배가 뜨려나?
장기도보 12일째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고 전해집니다.
아쉬운 점 하나.
거제도를 지나왔다는 하지만 '거제도에 갔었다'는 것일 뿐,
"거제도를 보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거제를 대표하는 해안 절경을 하나도 구경하지 못하다니...